한국 프로야구 FA신청 마감일인 11월 1일부로 FA시장 문이 열렸다. 2004년 심정수, 박진만 등이 나왔던 FA시장 규모 이상으로 이번 FA시장은 그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FA신청이 가능한 27명 중에서 8명만이 FA신청서를 KBO에 제출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하더라도 콰언이 아닐 것이다.
올시즌 시작과 동시에 오늘을 기다리게 만든,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 WBC 준우승 프리미엄을 가지는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이자, 국가대표 4번타자로 성장한 김태균과 국민 3루수로 떠오른 같은 팀의 이범호가 있다. 이번 FA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는 두 선수는 지금까지 이뤄온 성적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이제 전성기로 접어들게 되는 시점에 FA시장에 나왔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현구단과 국내 다른 구단의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일부 일본 구단은 실질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추측으로는 어느정도 선의 구체적인 오퍼가 제공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균은 2009 WBC 예선부터 본선까지 팀의 4번타자로서 이승엽의 공백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씻음과 동시에, 그동안 이승엽, 최희섭 등에게 밀리며 받은 설움을 한번에 날린 계기가 되었다. 4월에 입은 뇌진탕으로 인해서 장기간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팀의 침몰과 복귀 후 현저히 떨어진 페이스를 보이며 부상후유증에 대한 걱정을 이어왔지만, 올시즌 그가 거둔 타율 .333에 19홈런, 62타점만 가지고 FA시장에 나와도 거대 계약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 성적이 부진했다고 평해질 정도면 더이상 수식이 필요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본인이 간접적으로나마 일본 진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던 점과 현구단과의 재계약 여부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국내 잔류를 할 경우, 타구단으로 이적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삼성라이온즈가 5년만에 적극적으로 FA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이상, 일본 진출에 실패할 경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쏟구칠 가능성이 높다.
이범호도 역시 2009 WBC의 최대 수혜자로, 국민 3루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올시즌 타율 .284에 25홈런 79타점으로 김태균이 빠졌던 타선을 홀로 이끌어왔다. 더욱이 성적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으며, 수비력 또한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극찬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으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왔던 것 역시 각 구단이 선호하는 요인이다. 이범호 역시 일본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협상 테이블 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09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주전 포수 김상훈과 장성훈이 FA시장에 나왔다. 이번 FA시장에서 각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상훈은 포수라는 포지션 프리미엄을 안고 있고, 올시즌 KIA의 투수진의 성공에 일등공신이자, 2009 챔피언팀의 주전 포수라는 점과, 포수로서는 전성기에 오르는 나이(31살), 한방을 가진 타격과 약점으로 지적되던 송구 능력과 불안한 포수리드에 대한 평가는 올시즌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SK가 부상이라는 암초에도 불구하고 준우승을 일궜지만, 박경완의 부재에 대한 공백을 확실히 보여줌으로서 포수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이득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재 롯데자이언츠를 제외하고는 7개 구단이 포수의 세대교체나 확실한 안방마님의 부재에 대해서 가지는 걱정거리를 생각했을 때, 이번 FA시장의 최고 기대주는 김상훈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본인이 KIA에 잔류하기를 강력하게 원하고, KIA에서도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김상훈을 놓치면서 팀의 구심점을 잃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KIA에 잔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도 기존의 진갑용(삼성)의 몸값이 기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같은 팀의 장성호는 올시즌 부상과 최희섭(1루)과 외야 수비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그 빛을 잃으면서 경쟁력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양준혁(삼성)과 비교될 정도로 컨택 능력을 가진 선수로 올시즌을 제외한 전시즌 3할대 타율을 유지했던 성적과 외야수비가 가능하다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만, 4년전 첫FA로 맺은 계약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몸값(5억 5000만원)으로 인해 타구단 이적시에 발생하는 보상비의 규모가 너무 커지게 되면서, 쉽게 손을 뻗기를 주저하게 되고, 각 팀들도 주전 1루수의 선이 정해진 상황에서, FA시장에 같은 포지션의 김태균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우선협상에서 KIA와 결렬될 경우, 김태균의 계약 이후에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FA시장에서 속칭 알짜배기로 여겨지는 선수들이 나왔다. 박재홍(히어로즈), 박한이(삼성), 강동우(한화), 최기문(롯데)은 당장 팀의 성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박재홍은 4년전 30억이라는 FA 계약을 체결 후 두번째 FA시장에 나왔다. 그동안 SK의 2연패와 올시즌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는 중심타자로서 활약해왔던 점과 3할 언저리 타율과 매년 20-20을 기대하게 하는 펀치력과 기동력을 가지고 있지만, 올해 나이 3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다년계약을 꺼리게 만들고 있고, 최근 2년간 주전선수보다는 반주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수비 범위 역시 줄어든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고 타구단들이 영입전선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선수로 팀의 구심점 역할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승이라는 경험이 우승을 노리는 팀들에게 쉽사리 놓칠 수 없게 할 것이다. 다만, 몸값은 낮아질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어느선까지 낮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박한이는 올시즌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타율 3할1푼1리에 2홈런 36타점 48득점을 기록했다. 삼성에서 데뷔해서 9년간 타율 2할9푼5리에 74홈런 436타점 684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박한이는 공공연히 팀의 프랜차이즈로서 은퇴까지 하고 싶다고 밝혀왔으며, 올시즌 FA 전부터 재계약에 대한 의사를 밝혀왔다. 또한 삼성라이온즈가 올시즌 FA시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수가 아닌 이상, 큰 구미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고,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팀 소속 FA에 대해서는 대부분 재계약을 했던 것 등을 고려할 때, 박한이의 삼성 잔류는 기정사실화로 여겨진다. 또한 삼성도 반드시 잡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박한이에게는 FA계약과 결혼이라는 2마리 행복한 토끼를 잡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최기문(롯데)과 강동우(한화)는 팀의 주전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메리트를 보여주기에는 나이나 성적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제2의 옵션으로서 주전과 후보를 오고갈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에, 각 구단들의 관심을 가지게 한다. 두 선수 모두 원소속 팀보다는 타구단으로 이적이 거의 확실할 듯 보여지고 있고, 다년계약 보다는 2년 계약에 1년 옵션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시즌 FA시장에 나올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한국 저변에 야구붐과 더불어 그 어느때보다 큰 관심 속에 있다. 현재 8명의 선수가 FA시장에 나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구단과의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FA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본격적인 구단들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어급으로 여겨지는 선수들은 없지만, 각 구단의 필요요소에 적합한 선수들은 벌써부터 각구단의 레이더 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 막 FA시장 문이 열렸다. 앞으로 11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 동안 원 소속구단과 우선 협상을 벌이게 되고, 원 소속구단과 협상이 결렬되면 13일부터 12월2일까지 20일간 나머지 7개 구단 및 미국과 일본 등 해외구단과 교섭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2차협상에서도 계약에 실패하면 12월3일부터 2010년 1월15일까지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지만, 어떤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하면 내년 시즌에는 선수로 등록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약 3개월 간, 각 구단의 선수 이적을 보는 재미도 다음시즌을 시작하기 전, 기대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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