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는 에르난데스의 부상으로 인해 웨이버 공시 이후, 올시즌 처음으로 용병 교체를 실시했다. 24일 2008 베이징 올림픽 미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과의 예선 첫경기 선발투수로 나왔던 브랜든 나이트를 연봉 15만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한국과의 예선 경기에서 4.1이닝동안 6실점을 하면서 한국팬들에게 어느정도 익숙한 브랜든 나이트는 183cm, 88kg으로 현재 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즈에서 활약하고 있다. 1995년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했지만,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뛴 선수다. 2001년 뉴욕 양키스에서 메이저리그를 데뷔했고, 2002년과 2008년 각각 양키스와 메츠에서 3년간 빅리그를 경험했지만, 총 15경기에 등판해 31.1이닝, 1승에 평균자책점 8.62를 남겼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일본 프로야구 다이에 호크스(현 소프트뱅크)와 니혼햄 파이터스 등을 거치면서 6승 6패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12년 통산 87승94패, 평균자책점 4.32를 기록했다. 직구 평균구속이 143∼145㎞에,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선발진에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로서 삼성라이온즈는 후반기부터 비었던 한명의 용병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먼저 배영수 이야기부터 해야할 것 같다.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잘한 선수들만 언급하고 싶지만, 배영수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팬의 입장에서 너무 안쓰러워서 약간의 코멘트를 하고자 한다.
배영수가 올시즌 수술 후유증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1승 9패, 방어율 6.02을 기록하면서 선발진에서 물러나 현재 구원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마저도 2군에 내려갔다가, 1군의 투수진 부족으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올라온 것이다. 플레이오프 비공식 10이닝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이자, 평균 구속 150km 전후를 던지던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 강속구 투수가 최고 구속 140km 언저리를 기록하는 등 안타까운 모습의 연속을 보여주면서,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팬들에게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배영수의 올시즌은 사실상 끝이 났다고 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남은 후반기를 어떻게 잘 정리하는게 본인에게나, 팀에게 이롭다고 생각이 드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사실상 올시즌 삼성라이온즈의 투수진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흥 투수왕국으로 불리던 막강 투수진이 부상과 부진으로 총체적인 난관에서 힘겹게 버텨오고 있다. 몇몇 선수들의 무차별적인 투입으로 지금까지 버텨오고 있는, 절벽 위 아찔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먼저 올시즌 드디어 용병의 잔혹사로 불렸던 삼성라이온즈의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선수가 등장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크루세타가 어느새 팀의 첫번째 옵션이 되었다. 시즌이 시작된 4월,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 구속과 마운드 위에서 자신이 없었던 모습으로 매경기, 매이닝 불안감을 보여주면서, 롤러코스터 피칭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크루세타가 5월부터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한달간의 적응기를 마치고, 경기당 5이닝 넘기기가 어려웠던 모습이 새삼스럽게 그리울 정도로 6,7이닝을 던져주면서 과부화가 걸린 중간계투진에 단비를 내려주었다. 직구 구속도 150km 언저리까지 보이면서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해졌고, 조계현 투수코치에게 배운 싱커와 체인지업을 제2의 옵션으로 선보이면서, 7월 한달간 4경기 3승, 방어율 2.17을 기록하면서 팀의 연승을 이어갔고, 자신도 전반기 8승과 3.74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삼성라이온즈의 첫번째 선발 옵션으로서 그 기대를 120% 완수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한을 한국에서 그 불씨를 살리고 있는 크루세타가 삼성라이온즈의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했다. 후반기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플레이오프 희망의 불씨를 태울 것으로 기대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시즌 전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6월 선발진에 비상이 걸렸다. 선발로 전환했던 안지만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명 땜질로 2군에서 선수를 한명 올렸는데, 이렇게 화려한 센세이션을 불러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맞붙는 상대팀의 에이스(김광현, 봉중근, 류현진)와의 투수전에서 결국 팀을 승리로 일군 것이 놀라울 정도로 그 누구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그 어디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던 이우선은 올시즌 신고선수로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했고, 6월 한달간 4경기에서 1승, 방어율 3.18을 기록하면서 어느새 선발진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욱 대단한 것은 맞붙은 상대들이 각 팀의 에이스 투수였다는 점에서, 기록에서 보듯이 패가 없었듯 아슬아슬하게 투수전으로 끌고 간 것이다. 물론 5이닝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박빙의 상황이나,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7월 들면서 5,6이닝씩 던지면서 방어율이 급격하게 치솟았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모습과 올해 입단한 신인임을 감안한다면,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선동렬 감독조차 인터뷰에서 이우선이 선발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복덩이임에는 틀림없다. 남은 후반기가 내년 삼성라이온즈의 선발투수로 가는 기회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분발이 촉구된다.
올시즌 삼성라이온즈 투수진을 이끌고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이 선수 밖에 없다. 선동열 감독조차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팀내 MVP를 꼽아달라는 언론의 질문에 강봉규와 더불어 좌완 중간계투 권혁의 이름을 언급했다. 올시즌 권혁이 없었다면, 삼성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권혁은 전반기 49경기에 출전해 64이닝을 던졌고 방어율은 2.67을 기록중이다. 출장경기는 LG 트윈스의 류택현(51경기)에 이어 리그 2위다. 류택현의 경우 원포인트 릴리프로 29.1이닝에 나왔던 것을 보면, 권혁이 안고 있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권혁은 작년 43경기, 47⅔이닝을 기록했고 2007년에는 60경기, 77⅓이닝을 소화했다. 자신의 한시즌 최다출장 및 최다이닝 기록 수립이 당연시되고 있다. 또한 한경기 투구수가 50개가 넘는 경기가 2경기나 된다.
이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유망주 투수들의 더딘 성장으로 인해서 일명 승리조인 A조(정현욱, 권혁, 오승환)와 B조의 격차가가 크고, 오승환의 시즌 내내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한 모습과 7월 갑작스런 어깨 부상, 정현욱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후유증 등으로 인해, 삼성라이온즈가 권혁에게 그만큼 의지했고, 실질적으로 그의 비중이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권혁은 전반기 5승4패 3세이브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2.64로 리그 최정상급이다. 피안타 .198이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고 9이닝당 평균 7.7개꼴로 삼진을 잡아냈다. 또한 홀드 20개로 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그 많은 경기에 나서고도 블론세이브는 2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것도 4, 5월 1점대던 평균자책점이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6월 3.05, 7월 3.63으로 늘어나면서, 부쩍 오른 것이다. 2달간 거의 일주일에 4경기를 등판한 결과다. 선동렬 감독도 이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권혁을 마운드에 내보면서 자신의 마음이 짠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힘들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감독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팀이 어려우면 군소리 없이 마운드로 올라가는 권혁이 전반기 진정한 MVP이지 않을까.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이 나고 28일부터 후반기가 시작된다. 삼성라이온즈는 예외적으로 이 기간동안 훈련을 취소시켰다. 후반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서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현재 삼성라이온즈의 전력은 분명히 우승을 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전반기동안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예년보다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팀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팀들간 전력 차이도 있고, 팀내에서도 그 차이가 크지만, 비틀비틀 거리면서도 빈 곳이 생길 때마다 그 곳을 메우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향하고 있다.
분명 전반기 실망스런 선수도 있었고, 기대 이상의 선수도 있었다. 또 후반기부터 부상에서 돌아오는 선수들도 있다. 그래서 후반기가 더욱 기대된다.
모든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인다면, 또 경기를 보기 위해, 후반기에도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Ⅰ. 이슈 > 4.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라이온즈 플레이오프 갈 수 있겠나? (0) | 2009.09.14 |
---|---|
우리나라에 돔구장이 당장 필요한 것일까? (0) | 2009.09.12 |
삼성라이온즈 전반기 결산 - 타선편 (0) | 2009.07.25 |
4위 삼성라이온즈. 불안한 선발진. (0) | 2009.06.18 |
고졸루키 김상수의 행보 (0) | 2009.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