곯아가던 부위를 마저 도려내는 것인가?
삼성 라이온즈가 스토브리그 가장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6년간 삼성의 감독으로 3번째 우승 도전과 세대교체의 진행, 장기집권을 이뤘던 선동렬 감독을 대신해서 류중일(前 작전 코치) 신임 감독을 임명했습니다.
모양새는 선동렬 前 감독(現 구단 운영위원, 이하 감독)의 용퇴(스스로 물러남)로 구단 쇄신에 이바지하기 위해 구단 프런트에 남는다고는 하지만 결국 점퇴의 절차로 보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선동렬 감독의 물러남이
이번 겨울 야구판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듯 합니다.
(사진 출처 : 삼성라이온즈 홈페이지)
이번 겨울 삼성 그룹의 대대적인 인사에 따라 삼성 라이온즈 역시 사장과 단장의 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김응용 前 사장과 김재하 前 단장이 물러나면서 김인 사장과 송삼봉 단장이 취임하면서 선동렬 운영위원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선동렬 감독의 물러남은 언젠가는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5년 재계약을 맺은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던 시기에서 이뤄진 것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실적이 있는 감독을 아무런 이유없이 교체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했던 터라 용퇴라는 포장 속에서는 구단의 해임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운영위원으로 잠시의 시간을 보낸 후에 결국 퇴진하는 절차 중의 하나로 보입니다.
사실 김인 사장이 취임식에서 "외부에서 본 삼성 야구는 지는 경기에서도 끝까지 근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부족해 보였다"고 언급한 것에서 의심을 했어야 했습니다. 결국 김인 사장이 그동안 삼성이 추구해온 프런트와 현장의 절대적인 분리를 추구하며 이뤄온 이상적인 운영 방식을 버리고 프런트의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 중에 하나로 보입니다.
이것 역시 구단에 전혀 실적이 없던 김인 사장의 취임에서 알아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선동렬 감독의 물러남(용퇴가 아닌 것으로 보이기에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이 김인 사장선에서 이루어 진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5년 27억원에 재계약을 하고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잔여임기와 15억 2000만원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가 이루어진 것은 삼성 그룹 고위층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용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선동렬 감독의 물러남은 해고라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이미 선동렬 감독도 이러한 프런트의 의지와 행동을 느꼈을 겁니다.
다만 그 시기가 너무나 빨랐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1990년 정동진 前감독도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당하고 해고 당한 사례가 있지만, 삼성이 밝히는 이번 물러남의 이유는 분명 석연치 않습니다.(선동렬 감독의 인터뷰가 아니라 구단에서 밝힌 선동렬 감독의 용퇴 이유입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위해 감독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 구단이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젊은 사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고 밝혔지만, 선동렬 감독이 최근 몇 년간 박진만·양준혁·전병호·김창희 등 베테랑 선수들을 뒤로 물리면서까지 김상수·이영욱·박석민·최형우·안지만 등 젊은 선수들을 주전으로 키워내며 삼성의 숙원사업이던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양김(김응용 사장-김재하 단장)으로 대변되던 삼성의 프런트를 쳐내고 김인 사장(前삼성 SDS 사장)을 취임시킨 것과 현장의 선동렬 감독의 물러남까지는 처음부터 삼성이 계획했던 일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새구장 건립에 그동안 미지근한 반응이었던 삼성 그룹의 갑작스런 적극적인 추진이 시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프로야구 전체의 인기는 상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구의 로열팬들의 관심은 식어가고 구단과 대구구장에 대한 불만이 커져감에 삼성그룹의 자존심이 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류중일 신임 감독 역시 이러한 의중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 송삼봉 단장과의 미팅으로 실질적인 구단 운영에 있어서 자신이 가능한 수준과 구단의 개입 정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새로운 구장 건립이 현실화되면서 대구 팬心과 인기를 잡기 위해서 먼저 프랜차이즈 출신을 통한 로얄팬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지역색이 어느 지역보다 강했던 대구에서 90년대 라이벌이었던 KIA(전신 해태타이거즈)의 김응용 감독(前 삼성 사장)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선동렬 감독의 영입으로 많은 로열팬들을 잃기도 했습니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부터 05, 0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만수(現 SK 수석코치)의 끊임없는 영입 요구에도 그 어떤 언급을 피해왔고 화끈한 공격야구로 대변되던 삼성이 지키는 야구로의 변화가 결과는 냈지만 팬들은 잃어버린 계기가 된 것에 대해서 더이상 무시하지 못하게 된 것 같습니다.
류중일 신임 감독 또한 감독 취임에 대한 짧은 인터뷰에서
"삼성은 은근히 올드팬이 많은 팀이다. 그런데 그동안 주위 아는 분들로부터 올드팬들이 야구장에 잘 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 분들을 야구장으로 다시 이끌 수 있도록 재미있고 근성있는 야구를 추구하겠다"
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사전에 이러한 분위기가 있었고 역시 이미 어느정도 진행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이 말하는 새로운 분위기 변화와 쇄신은 전통적인 삼성의 팀컬러인 강력한 공격야구와 1등주의라는 삼성그룹의 본연의 모토를 추구하는 과거로의 회귀라고 여겨집니다.
또한 삼성맨인 류중일 신임 감독의 선임또한 결국 이만수 코치의 영입을 위한 사전포석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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