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과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 10여년동안 한국대표팀 부동의 4번타자였던 김동주의 대표팀 은퇴로 인한 부재와 대표팀의 확실한 카드 구대성, 마운드의 에이스였던 배영수 등의 대표팀 탈락은 이번 2기 WBC엔트리 구성에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고무적인 사실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이라는 훌륭한 마운드 세대교체와 이용규, 이종욱, 정근우, 이대호 등의 타자들의 대표팀 등장으로 인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세대교체의 성공이라는 단면 아래에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존재한다. WBC 엔트리 구성에 있어서 시작부터 불안요소로 존재했던 내야의 구심점인 유격수의 실패는 이번 WBC의 어려움을 예상하게 한다.
지난 10여년의 시간동안 대표팀의 유격수는 그 누구로도 대체되지 않은 박진만이었다. 세계가 인정한 뛰어난 수비능력과 한국대표팀이 필요할 때마다 필요로 하던 것을 만들어 주었기에 더욱 그를 대표팀에서 찾을 수 밖에 없었고 박진만 스스로에게도 더욱 발전할 수 있었던 요소였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한국대표팀에서 박진만의 발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의무로 작용했음이고 그로 인해 지금 이런 현실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히 나오지 않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시하게 여겼기 때문에 그 다음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반성하고 넘어가야 한다. 개인 스스로에게도 대표팀 주전 유격수라는 자리는 영광이겠지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부상에 부진하더라도 경기에 나가야만 하는 현실이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모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1976년 11월 30일생인 박진만은 올해로 34살의 노장선수다.(물론 이것은 한국 프로야구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다) 1996년에 현대에 입단해 당시 감독이자 현역시절 최고의 유격수였던 김재박 감독으로부터 유격수의 기본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 그 바탕이 지금의 박진만을 만들었다는 것은 선수 본인도 인터뷰 등을 통해서 인정한 바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을 달성했고 2006 WBC 한국대표팀의 4강 신화의 주축이자 2008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쾌거를 이룬 대한민국 대표선수다. 타임즈, CNN 등에서도 박진만의 수비실력을 가지고 Amazing이라는 표현으로 극찬한 세계적으로 인정된 선수다.
한국 나이로 이제 34살. 앞에서 말했듯이 노장선수가 되었고 작년 한해 부상으로 인해 .244을 기록한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39명중에서 38위의 기록이다. 수비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이상 박진만이라고 하면 당연시하게 여겨졌던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는 성적면에서 차지하기 힘들어졌다.
더욱이 국제무대에서는 더욱 비참하다. 물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쾌거를 이룬 일등공신들 중에 한명이지만 7경기에서 15타수 1안타라는 빈타에 허덕이며 예전같지 않다는 비난을 받았다. 물론 박진만이라고 하면 뭐니뭐니 해도 명품으로 대변되는 수비이지만, 더이상 그마저 나이와 부상으로 인한 줄어드는 수비범위와 줄곧 가지고 있던 평균수준의 어깨로 인해 버거워지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제2회 WBC는 지난 2년동안 성장한 선수들로 인해 대부분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현재 완성단계를 향해 가고 있다.
이승엽, 박찬호, 김동주로 대표되던 한국 야구대표팀은 류현진, 김광현, 이대호로 대표되고 있다. 한국 최고의 투수로 성장한 류현진, 김광현에 윤석민, 권혁, 오승환 등 또한 그 실력을 인정받음으로써 마운드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용규, 이종욱의 외야에 2008 메이저리그에 환상적으로 안착한 추신수가 남은 한자리를 받게 되었다. 이택근, 국민우익수 이진영 등도 뒤를 바치게 되고, 진갑용, 박경완의 자리에 강민호라는 젊은 피가 수혈되었다. 그동안 이승엽의 그늘에서 빛바랬던 김태균이 대표팀에 승선하는 내야에는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도전 중이다.
그래서 이승엽, 김동주가 대표팀 은퇴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격수 자리에는 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45명으로 구성된 예비 엔트리가 위원회에 제출된 상태이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있지만, 박진만을 대신해 들어갈 유격수 자리의 선수는 이 45명 중에서 찾아야 한다. 28명의 최종 엔트리에 내야수는 대략 7명정도로 예상된다. 김태균, 이대호, 정근우, 최정, 고영민은 거의 확실시 된다고 가정했을 때, 남은 2,3자리에서 분명히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아마도 박기혁과 손시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박기혁은 11일 롯데 전지훈련에서 시뮬레이션 게임 중 주루 플레이를 펼치다 미끄러지면서 오른 옆구리에 통증을 입었다. 통증으로 인해 13일 정상훈련에 불참했음에도 우선 하와이 전지훈련지로 보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손시헌과 나주환의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상황이다.
박진만의 불참(거의 유력시)이 이렇게 대표팀에 악재로 존재하고 있다. 정근우라는 멀티맨에 나주환, 손시헌의 성적이 분명히 박진만의 공백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지만, 내야에서 박진만의 존재가 가지는 위상은 성적이라는 수치로는 나타낼 수 없는 위상이기에 안타까움이 더 큰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대표팀의 붙박이 유격수이자 내야 수비의 핵으로서 박진만의 공백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다가올 것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아웃을 만들어낸 더블 플레이의 주인공인 박진만의 공백은 그것이 실제적인 수치에서든 선수들의 정신력에서든, 분명한 것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박진만이 빠진다는 것은 내야 수비를 통솔할 리더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일 뿐만 아니라, 더욱이 이승엽, 김동주, 박찬호 등이 빠지는 대표팀에 국제무대 경험 부족이 우려된다.
같은 그라운드가 아니라 벤치에서라도 버팀목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인식 감독이 이승엽과 박찬호에게 계속적으로 대표팀 승선을 재촉한 것이다. 모든 경기에서 실력이 우선시 되지만 분위기라는 것이 작용함에 있어서 선수들에게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빡빡한 일정에 제한된 엔트리로는 박진만을 벤치 기용조차 고려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한 세대교체를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박진만에게 기댈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이번 WBC 뿐만 아니라 차후의 대표팀에서 가지게 될 과제가 남겨진 것이다. 비록 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불안감이 크게 엄습하겠지만 이것도 반드시 이겨내야 할 숙제인 것이다.
2006년에 있었던 WBC 4강 신화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쾌거 이상의 결과를 이루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그 때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분명한 것은 한국 야구 대표팀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도 분명 야구팬의 한사람으로서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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