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여행/1. 해외여행

셋째날 - 비너스포트를 찾다가 길을 헤매다

이슈_다_있슈 2009. 12. 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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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공원에서, 이름 모를 밴드를 만나다

분명한 것은 내가 길을 잘못 찾아서 이 곳 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너스포트를 찾기 위해서, 책에 나온 지도를 보고 왔지만, 엉뚱하게도 지나쳐 왔다. 이름 모를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하고 숨을 돌리는 그때, 귀를 자극하는 노래가 들려왔다. 음악이나 말 하는 분위기로 봐서는 신인, 언더그라운드 밴드 같았다. 자신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면서, 열심히 PR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앨범 한장에 1500엔. 사주고 싶었지만, 우리 처지가 너무 빈곤해서 자꾸만 주저하다가 끝이 났다.

  

 언더그라운드, 무명 밴드였지만, 그 열정만큼은 최고였다.

 

 다시 가자.

 

 

순식간에 비너스포트에서의 시간이 지나가다.

공원에 앉아서 돌아서자 마자 보이는 비너스포트. 우리가 분명히 지나친거다. 아니, 내가 지나쳐 버린 것이다. 서둘러야 된다. 10시에 폐점을 하는 비너스포트에서 잠시라도 더 구경하기 위해서는 1분, 1초가 아쉬운 순간이다.

비너스포트에 도착하는 순간,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메가 웹 바로 맞은 편에 있었던 것이다. 어이도 없고, 재영이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서둘러 들어간 비너스 포트는 외부와 단절된 중세 유럽의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수광장부터 올리브광장, 교회광장 등이 있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찬 곳이다. 특히 천장은 푸른 하늘, 저녁 노을, 깊은 밤을 연출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입구 안내데스크에는 한국말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직원이 있다. 우리도 한국유학생 분의 도움을 받아서, 이곳저곳을 빠르게 이동해서 구경할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 허기진 배를 라멘으로 채우고는 비너스포트를 끝으로, 우리의 오다이바에서의 하루를 마감했다.

 

 뒤돌아 서자 보이는 VenusFort.

허망했다. 지나쳐 온 것이다. 내 잘못으로.

 

 우측으로 가면 비너스 포트.

좌측으로 가면 메가 웹.

 

 갈림길 앞에서 재영이.

'나 때문에 많이 지쳤구나.'

 

비너스 포트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반가운 한국말. 

입구를 사이에 두고 너무 다른 분위기를 내는 비너스 포트.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먼저 도와주겠다고 말을 걸어 주셨다. 한국에서 유학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볼만한 곳 몇군데를 추천받고 서둘러 나섰다. 같이 사진 찍고자 했지만, 그것빼고는 다 도와주겠다고.

다시 한번 이 한국유학생분께 감사드립니다.

 

 분명히 지금 시간이 8시가 지난 밤인데, 낮인줄 알았다.

하늘이 칠해져 있었다. 그것도 자꾸 변한다. 맑았다가 노을이 내렸다가, 밤이 오다가.

 

 TV와 사진으로 보던 중세유럽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위기가 그랬다.

 

 잠시 벤치에 걸터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는 나.

 

 이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재영이.

 

 비너스 포트에 총 5개가 있는 광장 중에서 가장 큰 분수광장.

로마의 트레비분수에서처럼 뒤로 돌아선 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동전 하나도 아까운 상황인데.

그냥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몸과 마음으로 시원함을 마음껏 느꼈다.

 

 분수광장에 선 재영이.

내가 찍힌 사진은 잔상이 심해서 패스.

 

 분수광장에서 다시 이동을 시작.

 

저기에 그려진 캐릭터처럼 하고 싶었는데.

지친 모습만 가득한 내가 찍혔을 뿐.

 

 이제 다시 돌아간다.

 

 돌아다니면서 한끼도 못 먹었던 탓에 허기에 쓰러질 것 같았던 우리에게 라멘집이 보였다.

일본은 직접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주문을 하는 기계가 있었다.

 

 라멘이 나오는 동안 라멘집을 찍었다.

늦은 시간이라서, 우리와 곧 떠날 한 팀밖에 없었다.

 

 주방에서는 뭐가 재미있는지,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

 

 일본이라고 해서, 라멘집이 크게 다를게 없다.

 

 일본이다. 그래서 따로 숟가락이 없다.

국물이 있는 음식일 때만 따로 숟가락이 나온다. 테이블에는 오직 나무젓가락만 있을 뿐.

 

 재영이가 시킨 라멘.

 

 내가 시킨 라멘. 간장 라멘.

 

 재영이도, 나도, 대화없이 라멘 먹기에만 집중 중. 이미 나는 다 먹었다.

내 입에는 일본 라멘이 맞나보다. 아쉬움에 쩝쩝거리다가, 사진 한장 찰칵.

 

 라멘을 먹고 나온 비너스 포트 거리에도 어느새 어둠이 내렸다.

지금 시각 9시 45분.

 

 이제 우리도 숙소로 돌아가자.

 

 어둠이 내리자, 분수광장 불빛이 더욱 예쁘다.

 

 출구 앞에, 비너스 포트 로고와 글자가 찍힌 불빛이 잘가라고 한다.

 

 이 길을 따라 다시 가면 숙소로 돌아간다.

 

 아쉬움에 재영이 한장.

 

 나도 한장.

 

 

공원에 앉아, 공연을 들으면서 끄적인 내 글.

일본으로 여행을 온지도 벌써 3일째. 어느새 우리의 여행도 그 끝을 향하고 있다. 일본으로 오기전에는 결코 상상하거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단 3일동안 충격처럼 다가왔다. 갑자기 떠난 일본이지만, 많은 돈이 들었지만, 결코 잊지 못할 시간.

오늘 밤은 덥지도 않고, 오히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지친 몸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공원과, 잔잔한 불빛 속에 느껴지는 분위기, 은은하게 다가오는 비트있는 라이브 공연까지.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우리에게 잠시 쉬었다 가라고, 선물해 주는게 아닐까.

내가 길을 잘못 찾아서 이 곳까지 왔지만, 지금은 운이 좋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장소와 음악, 분위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속에 젖어든다. 이 순간을 만긱하고 영원히 떠올리게 될 것같다.

자유여행. 그 속에서 자유뿐만 아니라, 낭만도 즐기고 있다. 이 순간조차 아까울 만큼. 하지만 결국 끝이 나게될 이 여행. 벌써부터 그 순간이 아쉽다.

지금 이순간, 내가 숨쉬고 걷는 이 거리, 움직이고 잠시 쉬어가는 순간순간을 끝없이 만긱하고 즐기자.

이번 여행, 분명 힘들고 지친 몸을 억지로 이끌고 다니지만, 내 속의 감성, 감정, 생각들이 좀더 풍부해지고, 좀더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이유를 찾고 있다.

매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자. 그런 삶을 살자.

내가 꿈꾸던 자유와 낭만이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지금 나는, 그 속에 있다.

-2008년 8월 14일 금요일, 저녁 8시 이름 모를 공원에 앉아서-

 

 아오미역에서 유리카모에를 타기 전에 찍은 우리 둘의 셀카.

 

 이 때가 되어서야 우리가 같이 찍은 사진이 몇장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까, 서로의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우리가 같이 찍은 사진은 없구나.'

 

내 표정은 하나같이 똑같고 어색하다.

그래도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소중한 사진.

 

 유리카모에 아오미역.

이제 숙소로 간다.

 

 신바시역으로 가는 유리카모에가 들어오고 있다.

우리랑 같이 아마도 신바시로 갈 일본 아가씨들.

 

 신바시역에서 본 코스프레를 한 아가씨들.

신기해서 자꾸만 시선이 간다.

 

 11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피곤하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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